빗속의 드리는 기도

2009. 2. 24. 23:51마음의 글과 함께/◇마음에 닿은 이혜인님의 시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빗속에 드리는 기도  (이해인)

 

 

장마철이 아니어도

우리들은 비를 맞고 있어요  하느님

우산을 받쳐 줄 누구 하나 없어도 

 

 

 처마 끝에 떨며 서서

울지도 못하는 울음을 삼키다가

할말도 못하는 언어를 삼키다가

제풀에 지쳐 몸살을 앓고 있어요.

 

 

 제발 강아지풀만한 희망 한 포기라도

좀 보여주셔요 하느님

비옥하지도 않은 우리 땅엔

왜 이리 슬픔이 무성한가요

 

 

 사람들은 서로를 믿지 않고 있어요

갈수록 사람들이 추해지는 세상은

갈수록 살기가 힘이 들어요

 

 

 상처받은 가슴은 쉬이 아물지 않고

절망 속엔 별 하나 보이지 않고 

더 이상 긴 말씀 못 드리지만 

하여튼 요즘은

기도가 잘 되지 않아요 하느님

 

 

 노아와 같은 의인의 고뇌도 아니면서

왜 이리 괴롭고 목이 메는지요

예측할 수 없는 홍수를 두려워하며

온몸 가득히 비맞고 섰는

당신의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주세요

 

 

 편할 날 없는 우기에

찢어진 비닐우산 한 개라도

좀 받쳐 주세요 하느님 하느님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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